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창업자 장펑 자오(Changpeng Zhao)를 전면 사면했다.

암호화폐 업계의 대표적 인물을 사면한 이번 조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본격적인 '친(親) 크립토' 정책 기조를 선언한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장펑 자오 전 바이낸스 최고경영자에게 완전하고 무조건적인 사면을 부여했다"고 발표했다.

자오는 2023년 바이낸스가 자금세탁방지(AML)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유죄를 인정한 뒤, 4억 3000만 달러(약 5조 9000억 원)의 합의금을 회사 차원에서 납부하고, 개인적으로도 5000만 달러 벌금을 냈다.

이어 지난해 약 4개월간 복역 후 석방됐다.

자오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옛 트위터)에 "대통령과 미국의 정의에 감사한다"며 "미국을 크립토의 수도로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카롤라인 리벳(Karoline Leavitt)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사면이 바이든 행정부가 벌였던 암호화폐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부터 암호화폐 산업의 적극 육성을 공약했으며, 재집권 이후 암호화폐 규제 완화 및 관련 산업 진흥을 강조해왔다.

트럼프는 취임 후 지금까지 비트멕스 공동창업자 3명과 실크로드 운영자 로스 울브리히트(Ross Ulbricht) 등 주요 크립토 인사들을 잇달아 사면하며 업계의 지지를 얻고 있다.

이번 사면을 둘러싸고 정치적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바이낸스는 올해 초 트럼프 가족이 주도하는 암호화폐 프로젝트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의 USD1 스테이블코인을 결제수단으로 받아들였고, 아부다비 투자사 MGX의 20억 달러 투자 유치 과정에서도 이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자오는 범죄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인물이며, 이후 트럼프 가족의 사업을 도왔다"며 "대통령의 이번 사면은 명백한 이해충돌"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모든 사면은 법적·윤리적 검토 절차를 거쳤다"며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면을 바이낸스의 미국 재진출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자오가 다시 경영에 복귀하거나, 미국 내 사업 확장에 힘을 보탤 가능성이 제기된다.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은 이날 사면 발표 직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전일 대비 3% 상승했고, 바이낸스의 자체 토큰 BNB는 6% 급등했다.

뉴욕 투자은행의 한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이 암호화폐에 우호적으로 바뀌면서 시장 전반에 규제 완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면이 단기적으로 암호화폐 업계의 투자심리를 개선할 수 있으나, 정치적 이해충돌과 정책 신뢰성 논란이 향후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트럼프의 사면이 업계 자율성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만, 동시에 정경유착형 면죄부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사면은 단순한 인도적 결정이 아니라, 암호화폐 산업을 미국의 차세대 전략산업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업계와 정치권 간의 경계가 흐려질 경우 규제 신뢰성 훼손 우려도 동시에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