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위탁배송기사인 퀵플렉스 근무자들이 하루 평균 11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단가 하락으로 생계 부담이 가중되어 과로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노동조합의 실태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택배노동조합과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는 2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쿠팡 퀵플렉스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쿠팡 퀵플렉스 배송 근무자는 하루 평균 11.1시간을 근무하며 388건의 물량을 배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식사 및 휴게 시간은 평균 23분에 불과해 노동 강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근무자 중 24.6%가 야간에 배송하고 있었으며, 이들 중 97%는 충분한 휴식 없이 연속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주 5일만 일해도 주당 노동시간이 산재 과로사 판정 기준(60시간)에 근접하거나 초과하는 수준이다.

김광석 택배노조 위원장은 "쿠팡은 물량이 늘었으니 수입에 지장이 없다며 매년 수수료 삭감을 해왔고 올해도 삭감을 예고하고 있다"며 "더 많은 일을 해야 현재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은 결국 노동자를 과로로 내모는 구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로 응답자의 74.8%가 수수료 삭감 경험이 있다고 답해 단가 하락 문제가 심각함을 드러냈다.

쿠팡 측은 그동안 배송 근무자들이 자유롭게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혀왔으나,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82.2%가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자유로운 휴가 사용이 어려운 이유로는 '클렌징(배달 구역 회수)에 대한 불안'(28.4%), '용차비 부담'(25.7%), '계약상 제약'(25.1%) 등이 주요하게 꼽혔다. 또한, 응답자의 91.8%는 휴일이나 명절에도 배송을 강요받았다고 응답했다.

다만, 이번 조사에서 주 5일 근무한다는 응답은 36.8%, 격주 5일제(1주 근무, 1주 휴무)는 28%로, 주 5일 또는 격주 5일 근무 비율은 총 64.8%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7월 물류과학기술학회의 6개 택배사 업무 여건 조사 결과에서 쿠팡의 주 5일 이하 근무 응답 비율(62.0%)이 타사 대비 높았던 것과 유사한 수치다.

이와 관련해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측은 "CLS 위탁배송기사는 매일 3명 중 1명꼴로 쉬어, 하루 휴무자가 6000명 이상에 달한다"며 "이번 택배노조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CLS 위탁배송업체 택배기사의 휴무 비율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택배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분류 작업 부담, 프레시백 회수, 수수료 인상, 표준 계약서 시행 등 6가지 요구안을 발표하고 쿠팡CLS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