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올해 3분기(7~9월) 4.8% 성장하며 1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미·중 무역 갈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내수와 투자 모두 부진했고, 정책 당국은 '소비 중심 성장'으로의 구조 전환이라는 난제를 안게 됐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20일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2분기(5.2%)보다 0.4%포인트 낮고, 전문가들이 예상한 수치(4.8%)와 일치한다.
분기별로는 전기 대비 1.1% 성장해 시장 예상치(0.8%)를 소폭 웃돌았다.
중국 정부는 올해 성장률 목표를 약 5%로 제시한 바 있다.
유라시아그룹의 왕단(王丹) 중국 담당 디렉터는 "시장에선 중국이 올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현재 흐름상 5% 근처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미·중 통상 압박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일정 수준의 성장 회복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3분기 둔화의 주된 원인은 부동산 경기 악화와 미국과의 무역 마찰이다.
올해 들어 중국의 부동산 투자액은 1~9월 누적 기준 전년 대비 13.9% 감소하며 낙폭이 확대됐다(1~8월 -12.9%).
부동산 시장 침체는 가계 자산가치를 떨어뜨리고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내수 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무역 부문에서는 미국의 추가 관세 위협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월 1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최대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중국 수출기업들은 동남아·중동 등 신규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지만, 이미 수출 둔화와 디플레이션 압력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세부 지표를 보면 산업 생산은 9월 기준 전년 대비 6.5% 증가해 석 달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8월(5.2%)과 시장 전망치(5.0%)를 웃도는 수치다.
반면,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는 3.0% 증가에 그치며 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1~9월 고정자산 투자는 0.5% 감소로 돌아섰고, 전년 대비 0.1% 증가를 예상했던 시장 전망을 밑돌았다.
이 같은 흐름은 중국 경제가 여전히 '수출·투자 주도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중국 지도부는 20일부터 23일까지 비공개 회의를 열고 향후 15차 5개년(2026~2030년) 발전계획을 논의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첨단 제조업 육성, 기술 자립 강화, 내수 진작 등이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또 연말 열릴 중앙경제공작회의(CEWC)에서 2026년 정책 방향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EIU의 수톈천(徐天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4분기는 투자 중심의 성장 구조가 예상된다"며 "정부가 최근 추진 중인 정책금융 확대와 국채 조기 발행이 공공투자 부문으로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올해 중국 경제가 목표 성장률인 5%를 간신히 달성할 가능성이 크지만, 구조적 위험은 여전하다고 본다.
한 국제통상 전문가는 "중국의 성장은 더 이상 단순한 경기 부양으로 회복되기 어렵다"며 "부동산 의존도를 낮추고 소비 중심의 내수 구조로 전환하지 못하면 중장기 침체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