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참여한 글로벌 투자 연합이 미국의 데이터센터 운영업체 얼라인드 데이터센터(Aligned Data Centers)를 약 400억 달러(약 55조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번 거래는 지난해 출범한 'AI 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십(AI Infrastructure Partnership)'의 첫 번째 대형 인수로, 글로벌 인공지능(AI) 경쟁이 컴퓨팅 인프라 확보전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컨소시엄에는 아부다비 국부펀드(MGX), 일론 머스크의 인공지능 스타트업 xAI, 쿠웨이트투자청,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Temasek) 등도 참여했다.
투자 규모는 총 300억 달러(약 41조 원)의 자기자본을 우선 투입하고, 부채를 포함하면 최대 1,000억 달러(약 138조 원)까지 확대될 수 있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이번 투자를 통해 AI의 미래를 뒷받침할 핵심 인프라 구축에 한 걸음 더 나아갔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는 구글,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프라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가운데 이뤄졌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 규모는 올해 4,000억 달러(약 550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오픈AI는 최근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등과 협력해 26기가와트(GW) 규모의 컴퓨팅 파워를 확보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는 약 2,000만 가구의 전력 수요에 해당한다.
메타플랫폼스는 '프로메테우스'(Prometheus)와 '하이페리온'(Hyperion) 등 대형 AI 데이터센터를 잇달아 건설 중으로, 각각 수기가와트급 전력처리 용량을 갖출 예정이다.
2013년 설립된 얼라인드 데이터센터는 미국과 남미 지역 50개 캠퍼스에서 총 5기가와트 이상의 전력 용량을 보유한 대형 데이터센터 운영사다.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 뉴타닉스와 IT 서비스업체 다토 등을 고객으로 두고 있으며, 최근 120억 달러 규모의 자본을 유치해 급성장 중이다.
회사 본사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있으며, 인수 후에도 앤드루 샤프(Andrew Schaap) CEO가 경영을 이어갈 예정이다. 거래는 2026년 상반기 마무리될 전망이다.
엔비디아의 주요 주주인 이쿼티아머 인베스트먼트(Equity Armor)의 조 티가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AI 수요에 맞춘 데이터센터 확장은 지금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자산군 중 하나"라며 "이번 인수는 인프라 투자자들이 향후 수익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올해 들어 AI 붐에 힘입어 데이터센터 관련 상장사 주가도 급등세를 보였다. 일례로, 나스닥 상장사 어플라이드 디지털 주가는 연초 대비 4배 이상 상승했다.
AI의 급성장은 단순한 알고리즘 경쟁을 넘어 전력·반도체·데이터 인프라의 대규모 투자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AI 학습용 컴퓨팅 파워를 '제2의 오일'에 비유하며, 이를 확보한 기업이 차세대 AI 생태계를 주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