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표 외식 브랜드들이 대거 싱가포르로 향하고 있다. 내수 소비 침체와 치열한 가격 경쟁, 낮은 수익률에 시달리던 중국 외식업계가 싱가포르를 해외 진출의 '교두보'로 삼으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1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루이신커피(Luckin Coffee), 믹스우(Mixue), 차판다(ChaPanda) 등 주요 브랜드를 비롯한 중국 외식업체들이 지난해부터 싱가포르 시장에 잇달아 진출했다.

팬데믹 이후 위축된 내수 수요와 끝없는 가격 인하 경쟁에서 벗어나기 위한 ‘탈중국 생존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컨설팅업체 모멘텀웍스(Momentum Works)에 따르면, 올 8월 기준 싱가포르에서 영업 중인 중국 외식 브랜드는 85개, 점포 수는 405곳으로 집계됐다. 불과 1년 전(32개 브랜드·184개 점포)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후난식당 체인 '농갱지(Nong Geng Ji)'의 해외 총괄 매니저 조시 저우는 "중국 내 시장 환경이 너무 치열해 많은 브랜드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싱가포르는 문화적으로 중국과 가까우면서도 글로벌 진출의 첫 무대로 적합하다"고 말했다.

중국 외식업계는 코로나19 봉쇄 해제 이후에도 소비 회복이 지지부진하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미·중 무역갈등이 겹치며 음식료·이커머스·자동차 등 전 산업에 걸쳐 '저가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 내 식당 약 300만 곳이 폐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환경 속에서 중국 브랜드들은 '저비용·고효율' 운영 노하우를 앞세워 싱가포르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싱가포르는 610만 명 인구 중 다수가 중국계로 구성돼 있어 중국 외식 브랜드에게는 친숙한 시장이다.

동시에 동남아 진출의 관문이자 글로벌 도시로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전략적 거점이기도 해 중국 외식업체에게는 너무나 매력적인 시장이다.

그러다보니,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한 고급 레스토랑 진출도 늘고 있다.

미슐랭 1스타 상하이 레스토랑 '융푸(Yong Fu)'는 지난해 약 1,000만 싱가포르달러(한화 약 95억 원)를 투자해 싱가포르 지점을 열었으며, 싱가포르를 1단계로 삼아 올해 말 런던, 내년에는 뉴욕과 파리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외식 브랜드의 급증은 싱가포르 현지 업계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현지 중소상인 연합체인 '싱가포르 테넌츠 유나이티드 포 페어니스'(Singapore Tenants United for Fairness)는 "중국의 중소기업조차 자본력 면에서 싱가포르 대기업보다 크다"며 "동등한 경쟁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상권 임대료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나이트프랭크(Night Frank)의 이선 수 리테일 담당은 "중국 브랜드의 공격적 진출로 주요 상권 임대료가 상승하고, 현지 요식업의 고유한 문화적 색채가 약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중국 외식 브랜드 해외 러시가 단순한 시장 다변화가 아니라, 중국 내 경제 체질 변화를 상징하는 현상이라고 평가한다.

내수 중심 성장의 한계가 드러난 가운데, 외식업계를 필두로 한 '탈중국' 움직임이 앞으로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는 브랜드 테스트와 동남아 시장 확대의 발판으로 기능하며, 중국 외식 브랜드의 글로벌 전략에서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