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의 신용점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 여기에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까지 겹치면서 신용 건전성이 빠르게 악화하는 모습이다.

신용평가사 FICO에 따르면 올해 미국 평균 신용점수는 전년 대비 2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2009년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지난해에도 1포인트 하락한 바 있어, 2년 연속 마이너스 흐름이 이어졌다.

자동차 할부·신용카드·개인대출의 연체율은 모두 금융위기 직후 수준으로 치솟았다.

FICO는 "현재의 연체율은 경기 확장기라기보다는 경기 침체기의 전형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주택담보대출과 주택담보대출한도(HELOC) 연체율은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세대별로는 Z세대(1997년 이후 출생)가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평균 신용점수가 3포인트 떨어졌고, 특히 14%는 최근 1년간 점수가 5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핵심 요인은 학자금 대출이다.

코로나19 기간 유예됐던 학자금 상환이 올해 재개되면서 연체율이 급등했다.

2월 이후 610만 명이 신용기록에 학자금 연체를 기록했으며, 전체 학자금 대출 보유자의 연체율은 29%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Z세대의 34%가 학자금 대출을 보유해 전체 평균(17%)보다 두 배 수준이다. 이들은 신용 거래 이력이 짧아 점수가 큰 폭으로 출렁일 수밖에 없다.

구직 환경 악화도 변수다.

최근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 대기 기간은 길어지고 초봉 수준은 낮아졌다.

이로 인해 젊은 층은 학자금 상환을 미루고 생활비나 자동차 할부를 우선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연방준비은행 필라델피아지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소비자의 19%가 빚 상환을 미루거나 줄였고, 47%는 선택적 지출을, 23%는 필수 지출까지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 세대 역시 자녀 학자금을 대신 부담하는 '페어런트 플러스(Parent PLUS)' 대출 규모가 커지며 재정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일부는 생계를 위해 추가 근무나 부업에 나서는 실정이다.

한편, 현재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신용시장은 금융위기 당시와 유사한 경고음을 내고 있다.

FICO는 "자산시장 호황으로 주식·부동산 부유층은 혜택을 보고 있으나, 중저소득층은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신용 위험이 빠르게 확대되는 'K자형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