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특정 조합원에 ‘20억 + α’ 준다고?…래미안원베일리 조합의 요상한 셈법

조대형 편집국장 승인 2020.04.08 16:05 | 최종 수정 2020.04.08 16:09 의견 0
래미안원베일리 관리처분 변경총회 7호 안건. 사진=조합원 제공


[우리경제신문 조대형 편집국장] 최근 한 재건축 사업에서 보통사람들은 생각하기도 힘든 일이 벌어지고 있어 논란이 뜨겁다. 어느 조합원 한 명이 조합의 사업 진행에 큰 도움을 주었다고 그에게 ‘동·호수 우선지정’은 물론, 20억원에 달하는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고 조합이 결정한 것.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울시가 나서서 시정을 지시하는 등 논란은 확산되어 가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곳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와 경남아파트를 통합 재건축하는 ‘래미안원베일리’다. 래미안원베일리 조합은 당초 4월 10일로 예정되어 있다가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5월 18일 이후로 연기된 관리처분 변경 총회를 앞두고, 특정 조합원에게 과도한 특혜를 주는 내용이 담겨있는 안건을 내놓았다. ‘특별분양 승인의 건’(제7호 안건)으로 ‘동·호수 우선지정 자격부여(분양신청 53평형)’ 및 ‘추가 분담금 감면’ 등의 인센티브를 지급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특혜 논란의 중심에 있는 조합원은 한 모씨다. 20억 + α  규모의 ‘통 큰 포상’을 추진하는 조합에 따르면, 한씨는 ▲‘신반포 광역통합재건축 추진위원회’를 직접 결성하고 ▲간사로서 14년째 조합설립을 못한 신반포3차 등 5개 단지를 통합, 조합설립인가를 받아냈고 ▲불과 2년 1개월만인 2017넌 12월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 단지의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는 등 최단 사업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한씨의 주도적 역할로 인해 1조 2100억원에 달하는 초과이익환수금을 면제 받을 수 있었고, 일반분양 통매각 추진을 내세우며 서초구, 서울시와 협상해 착공일을 4개월이나 단축해 분양가상한제를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내세우고 있는 업적은 뒤집어 보면 모두 사법적인 판단이 필요한 위험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한 명의 조합원이 다 역할을 했다면, 도대체 조합은 무엇을 했는지부터 시작해 특정 조합원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조합원 총회와 관계없이 이런 일이 가능한지, 또한 근본적으로 한 사람이 이런 엄청난 일을 성사시키는 것이 애초에 가능한지, 한씨의 일을 돕기 위해 철거, 샷시, 인테리어 업체 등의 금전적 지원은 없었는지 등 논란의 소지가 끝없이 이어진다.   

이러한 수많은 문제점 중 가장 큰 2가지를 살펴보면, ‘브로커’역할을 한 한씨의 영향으로 사업이 진척되는 이상한 공적 현실과 한씨에게 부여하기로 한 거액 포상금의 타당성이다.

첫 번째는 논란은 재건축을 비롯한 정비사업 관리와 관련한 공적 영역에서의 도덕적 해이 문제다. 이 부분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달라는 요청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재건축 로비스트에게 지급하는 20억 막아주세요’라는 청원 글로 올라와 있다.

그 청원을 정리하면, 한 조합원이 2015년 3월 재건축 추진위원회를 결성해 약 1조 2100억원에 달하는 초과이익환수제를 면제 받았고, 통매각 추진카드로 서초구, 서울시와 협상을 통해 착공일을 약 4개월 단축했다는 것. 그리고 시공사와의 마감재 및 공사비 협상에서도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조합에 유리한 결과를 이끌었다는 것을 투명하게 조사해 달라는 것이다.

또한 그 청원은 ‘1조2100억 원에 달하는 초과이익환수금 면제와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게 해준 행정기관의 공무원 조사 필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두 번째 논란은 한씨에게 부여하기로 한 거액의 인센티브다. 조합은 지난달 24일 대의원회를 열어 한씨의 동·호수 우선지정 자격 부여(분양신청 53평) 및 추가 분담금 감면 등의 포상 20억원 규모를 허용하고자 ‘특별분양 승인의 건’을 의결했는데, 그 셈법이 과연 타당한지 여부다.

청와대 국민청원도 이 부분을 언급하며 ‘재건축조합의 결정이 관련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 필요’를 주장했다. 또 과연 한 개인에게 우선배정권과 20억원이 넘는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이 사회적 정서에 타당한지, 적법한지, 그 과정에서 비리는 없었는지 묻고 있다.

이러한 특혜 논란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서울시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특정조합원에게 과도한 특혜를 주는 것은 다수 조합원의 이익을 해치는 불공정한 행위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 2일 발송된 서울시의 권고 공문은 ‘불공정한 행위를 중단하라’는 명시적 내용을 담고 있다. 한씨에게 동·호수 우선지정 자격을 부여하고 20억원의 재건축 초과이익 분담금을 면제하는 내용은 특정인에게 특혜를 주는 불공정 안건이기 때문에 승인할 수 없다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서울시는 서초구에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조합 간 유착관계 의혹과 특별분양 승인 및 포상 20억원의 적정성 여부 등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이제 서초구가 좀 더 세밀하게 사업 진행상황을 들여다보게 됐다.

청와대 국민청원에까지 올라가면서 전국적 구설수가 되고 있는 지금, 래미안원베일리 당사자 모두가 조속히 한발 물러나는 지혜가 필요하다.

삼성물산은 시공능력 평가 1위 건설사답게 지금이라도 부적절한 대목을 시정해 가는 것이 옳다. 설령 자신들이 사전에 합의한 것이 없는 사안이더라도 적극적으로 진실을 규명해 논란을 잠재워야 한다.

조합은 조속히 지나친 특혜 제공 계획을 철회해 조합원 모두가 꿈꾸는 행복한 보금자리가 표류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논란의 당사자가 된 특정 조합원도 더 이상 자신의 일로 논란이 커지지 않도록 한발 물러서는 양보의 미덕을 보이는 것이 좋겠다.

재건축은 그냥 집 한 채 더 짓는 건설공사가 아니다. 그것은 수많은 조합원들이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자 하는 도전이다. 그 땀을 모욕하는 행위는 이제 멈춰야 한다.

<저작권자 ⓒ 우리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