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드론과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를 앞세워 '저고도 경제'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광둥성 광저우·선전을 중심으로 플라잉택시 시험비행과 드론 배달 서비스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한때 공상과학 영화 속 상상이던 기술이 상용화를 향해 다가가고 있다.
최근 광저우의 한 혁신지구 상공에서는 이항(EHang)의 무인 eVTOL 'EH126-S'가 소형 헬기처럼 이륙해 시험 비행을 펼쳤다.
인근 선전에서는 배달 드론이 이미 일상화되며 관광객 체험 상품으로도 자리 잡았다.
중국 정부는 이를 '저고도 경제'로 정의하고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국가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저고도 공역(해발 1,000m 이하)에서 창출된 경제 규모는 5,060억 위안(약 105조 원)에 달한다.
2035년에는 3조 5,000억 위안(약 725조 원)으로 7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광둥성은 DJI를 비롯해 글로벌 상업용 드론 시장 70% 이상을 장악한 제조 인프라를 기반으로 중국 저고도 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광둥·선전 지역에는 이항, SF익스프레스 계열 피닉스윙스, XPENG의 플라잉카 브랜드 '아리지(ARIDGE)' 등이 집결해 있다.
선전시는 승객용 eVTOL 인증을 획득한 기업에 최대 1,500만 위안(약 31억 원)을 지원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 유치를 이어가고 있다.
민항국은 최근 이항의 무인 eVTOL에 세계 최초로 상업용 여객 서비스 인증을 발급했다.
이항은 중국 20개 도시에 이착륙장을 구축 중이며, 초기에는 관광용 노선부터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산업 성장은 빠르지만, 넘어야 할 기술적·제도적 장벽도 적지 않다.
eVTOL은 배터리 용량에 따라 최대 비행시간이 20~30분에 불과하며, 충전 인프라와 운영 안전성 확보가 필수 과제로 꼽힌다.
9월에는 XPENG의 eVTOL 2대가 리허설 중 공중 충돌하며 한 대가 착륙 직후 화재를 일으켰고, 이후 예정된 시연 행사가 취소되면서 안전 우려도 제기됐다.
공역 통제 역시 구조적 문제다.
중국 저고도 공역의 3분의 2 이상이 일반항공에 개방돼 있지 않으며, 군이 대부분의 공역을 관할하고 있어 지역 간 접근성 격차가 크다.
중국의 일반항공 비행장은 미국의 약 10%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 정부는 항공법 개정을 통해 저고도 공역 관리 체계를 정비하고, 선전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승인 절차 간소화에 착수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저고도 경제 상용화 시점을 2030년 전후로 예상한다. 관광·산업용 eVTOL이 먼저 자리 잡은 뒤, 플라잉택시 등 여객 서비스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