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열풍의 중심에서 세계 최초로 시가총액 5조 달러(약 7,000조 원)를 돌파했다.
AI 반도체 시장의 독보적 지위를 기반으로 한 이번 랠리는 글로벌 증시 내 'AI 테마 투자'의 방향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는 평가다.
2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3% 상승한 207.04달러로 마감하며 시가총액 5.03조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불과 3개월 전 4조 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다시 한 단계 오른 수치로,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 전체 규모를 웃도는 수준이다.
AI 서버 핵심 칩인 H100·블랙웰(Blackwell) 시리즈의 수요 급증이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 정부로부터 5,000억 달러 규모의 AI 칩 주문을 확보했다"며 "7대 초거대 슈퍼컴퓨터를 정부와 공동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는 단순한 반도체 제조사를 넘어 AI 산업의 '기반 인프라' 역할로 진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투자사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수석 애널리스트 맷 브릿즈먼은 "엔비디아는 이제 칩 메이커를 넘어 산업 창조자"라며 "AI 관련 투자 포트폴리오의 핵심 종목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1일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엔비디아 블랙웰 칩 수출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첨단 칩 수출 제한 조치가 지속되면, 단기적으로 엔비디아의 매출 일부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시장은 이를 '전략적 협상 카드'로 보고 있다. AI 칩에 대한 수요는 미국 내 빅테크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AI 투자가 이미 과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경고음도 들리지만, 시장의 주된 시각은 여전히 '성장 초기 단계'에 가깝다.
튜틀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매슈 튜틀 CEO는 "현재 AI 시장은 몇몇 선도 기업이 서로의 생산능력을 키우는 구조"라며 "투자자들이 단기 현금흐름보다 인프라 확충에 집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향후 AI 반도체 공급망, 슈퍼컴퓨팅 인프라, 데이터센터 전력 투자 등 연관 산업군으로의 투자 확산을 예상한다.
엔비디아는 오는 11월 19일(현지시간) 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시장은 AI 칩 신규 주문과 데이터센터 매출 성장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월가에서는 AI 인프라 투자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분기라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