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가 16일(현지시간) 지역은행 신용불안과 미·중 무역갈등 심화 우려로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최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주요 지수들은 차익실현 매물과 경기 둔화 우려가 겹치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65% 하락한 45,952.24에, S&P500지수는 0.63% 내린 6,629.07에, 나스닥지수는 0.47% 떨어진 22,562.54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투자심리를 냉각시킨 건 자이언스 뱅코퍼레이션*Zions Bancorporation)의 예상치 못한 부실채권 손실 공시였다.

자이언스는 캘리포니아 지점에서 두 건의 대출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으며, 주가는 하루 만에 13% 급락했다. 이 소식으로 금융주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됐다.

이어 웨스턴 얼라이언스(Western Alliance)도 차입업체를 상대로 한 사기 소송 제기 사실이 알려지며 10.8% 급락했다.

9월 들어 미국 자동차 부품업체 '퍼스트 브랜즈(First Brands)'와 중고차 판매업체 '트라이컬러(Tricolor)' 등이 파산한 가운데, 상업대출 부문 리스크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필라델피아의 LNW 투자책임자 론 알바하리는 "신용시장에서 노란불이 켜진 상황을 간과할 수 없다"며 "투자자들이 긴장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지수 하락에는 미·중 무역분쟁 재점화도 악재로 작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오는 11월 1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에 대한 보복 성격으로 해석된다.

미니애폴리스 소재 U.S.뱅크 웰스매니지먼트의 톰 헤인린 전략가는 "무역 긴장과 고금리, 그리고 경기 둔화 우려가 복합적으로 시장 불안정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대형 기술주들은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세일즈포스(CRM)는 2030년 매출이 600억 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장기 전망을 내놓으며 4% 급등했다.

반면, 테슬라(-1.5%), 메타(-0.8%), 팔란티어(-0.8%) 등 주요 AI 관련주는 차익실현 매물에 약세를 보였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TSMC는 AI 반도체 투자 확대 전망을 내놓았지만, 관련 기술주는 일제히 조정을 받았다.

보험주는 실적 부진으로 약세가 두드러졌다.

업계 대표기업 트래블러스(Travelers)가 예상치를 밑도는 매출을 발표하면서 3% 하락,
마시앤맥레넌(Marsh & McLennan)은 영업이익률 둔화로 8.5% 급락했다.

이에 따라 S&P500 금융업종지수는 2.75%, 에너지업종은 1.12% 각각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최근의 조정을 '일시적 숨 고르기'로 보는 시각도 있으나, 고금리 장기화 속에서 신용불안이 현실화할 경우 중소·지역은행발 금융 리스크가 재점화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월가 관계자는 "이익 증가세는 견조하지만, 경기 펀더멘털이 약화되고 있어 시장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향후 미·중 협상과 연준의 금리 결정이 4분기 증시의 방향을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