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도입한 대규모 관세정책이 미국 내 빈곤층을 수십만 명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0일(현지시간) CNN 보도에 따르면, 예일대 산하 연구소인 버짓랩은 화요일 발표한 분석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으로 인해 2026년까지 빈곤선 이하에 놓이는 미국인이 87만 5,000명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가운데 37만 5,000명은 아동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공식 빈곤율(Official Poverty Measure)을 기준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유지될 경우 미국의 빈곤율은 10.4% → 10.7%로 상승하게 된다.

현재 미국 인구 중 약 3,600만 명이 빈곤 상태이며, 지난해 말 기준 빈곤율은 임금 상승과 고용 개선 덕분에 10.6%까지 낮아진 상황이다.

버짓랩은 보조지표인 '보충 빈곤율(Supplemental Poverty Measure)'로 분석했을 때도 빈곤 인구가 65만 명 증가(이 중 15만 명은 아동)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빈곤율은 12% → 12.2%로 오르게 된다.

전문가들은 관세 부담이 저소득층에 더 직접적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존 리코 예일대 버짓랩 정책분석 부국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관세는 가계에 부과되는 세금"이라며 "저소득층일수록 소득 대비 지출 비중이 높아 관세 충격을 크게 받는다"고 말했다.

특히 수입품 소비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일수록 물가 상승에 취약하다는 점이 부각된다. 관세 인상은 생활 필수재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곧 실질 구매력 약화를 의미한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테일러 로저스 백악관 대변인은 CNN에 보낸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1기 경제정책은 저소득층의 생활 수준을 개선하고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었다"며 "감세·관세·투자 확대·규제 완화·에너지 정책을 중심으로 한 2기 아메리카 퍼스트 경제 아젠다가 지속된다면 바이든 정부의 경제적 혼란은 종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최근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보다 낮게 발표된 점을 거론하며 "전문가들이 우려한 만큼 물가 상승을 관세가 촉발하지는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물가 하락의 상당 부분이 유통·도매 마진 축소에 따른 것이며, 이는 장기적으로 기업 이익 악화와 고용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부과한 관세를 반영하면 미국의 실효 평균 관세율은 17.4%에 달한다. 이는 1935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다만 현재 다수의 관세는 법적 논란에 휘말려 있다. 미 연방대법원은 이번 주 트럼프 행정부의 전 세계적 관세 부과 권한에 대해 심리하기로 결정했다.

만약 대법원이 불법 판결을 내린다면 올해 관세의 약 71%가 무효화될 수 있다. 하지만 행정부는 다른 긴급 권한을 활용해 상당수 관세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관세 인상은 정부 세수에는 도움이 되지만,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려 저소득층 가계 부담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특히 아동 빈곤 증가 전망은 정책적 파급력이 클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