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을 우려해 유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이 다시 거세지면서 불안감이 커진 반면, 유럽은 인프라 투자 확대와 규제의 일관성으로 '상대적 안정성'을 갖춘 시장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최근 다수의 기업인과 펀드매니저를 인터뷰한 결과, 정치 개입이 심화되는 미국보다 유럽이 더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는 공통된 시각이 나타났다.

룩셈부르크 수소 기업 H2Apex의 CEO 페터 뢰스너는 "미국산 부품을 사용하려던 2억 유로 규모의 독일 루브민 프로젝트에서 공급망을 재조정해야 했다"며 "하지만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 탓에 유럽 내 프로젝트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의 규제 환경은 완벽하진 않지만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측 불가능한 관세 정책과 행정명령으로 시장에 혼선을 주고 있으며, 7월 9일까지 EU와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EU산 전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해 투자자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로이터는 밝혔다.

이에 따라 실제 자금 흐름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LSEG에 따르면, 올해 들어 유럽 주식형 펀드로 1,000억 달러가 유입돼 작년 같은 기간보다 3배 증가했으며, 미국 주식형 펀드에서는 약 870억 달러가 빠져나갔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실제 자금을 움직이는 시장 참여자들이 유럽 시장에 신뢰를 보이고 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기업 성과에서도 확인된다.

스위스 건자재 업체 홀심은 올해 초 북미 사업 부문 'Amrize'를 분사하며 큰 기대를 모았지만, 6월 말 주가는 부진했다.

반면, 유럽과 중남미, 북아프리카에 집중하고 있는 홀심 본사의 주가는 15%나 상승했다.

독일의 지멘스 에너지도 미국 내 매출 비중이 20%를 넘지만, 최근 미국 투자자 대상 로드쇼 이후 투자 심리 개선으로 주가가 올해 들어 84%나 급등했다.

또한 독일로의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2025년 1~4월 동안 460억 유로로 두 배 이상 증가하며 202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대로, 같은 기간 독일 기업들은 미국에서 투자를 철회하거나 축소해 순투자액이 –23억 유로를 기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금의 투자 흐름이 유럽에 지속적인 기회가 되려면, 규제 개혁과 투자 환경 개선이 함께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독일 국책은행 KfW의 슈테판 빈텔스 회장은 "이 분위기는 영원히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개혁을 실행에 옮기고 약속한 지출을 이행할 때"라고 경고했다.

사모펀드 알토의 하요 크뢰셰 역시 "자본 유치의 창은 오래 열려 있지 않다"며 속도감 있는 대응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