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스테이블코인의 급속한 확산이 금융시장과 외환시장 전반에 걸쳐 다양한 불안 요인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특히 디페깅(de-pegging) 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규모 상환 요구로 인한 '코인런'(Coin Run)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지적했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은 전날 발표한 '2025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신뢰가 훼손될 경우, 코인런이 발생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리스크가 전이될 수 있다고 밝혔다.

스테이블코인은 일반적으로 법정화폐와 1:1로 연동된 가치를 유지하지만, 기술 오류, 발행사의 불투명한 자산 운용, 범죄 사건 등이 발생할 경우 투자자의 신뢰가 급격히 무너질 수 있다.

한국은행은 "이 같은 상황이 현실화될 경우 스테이블코인 보유자들이 일제히 환급을 요구하며 대규모 자금 인출이 발생하는 '코인런'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특히 법정화폐 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이 운용 중인 준비자산의 가치가 하락하거나 구성 내역이 불투명할 경우, 투자자 불안이 커져 빠른 시간 내에 신뢰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하거나 담보로 활용 중인 금융기관 또한 직·간접적으로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경고했다.

보고서는 "스테이블코인의 가치 하락은 금융기관의 투자 손실을 유발하고, 담보 가치 하락으로 신용 리스크가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며 "유동성 리스크, 평판 리스크, 운영 리스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발행사가 단기 국채나 MMF(머니마켓펀드)와 같은 단기금융상품을 준비자산으로 보유한 경우, 대규모 상환 대응을 위한 자산 매각이 이뤄지면서 단기자금시장 전반에 가격 급락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준비자산이 은행 예금 위주로 구성되어 있을 경우에는 단기간 대규모 인출이 발생해 은행의 유동성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는 분석도 포함됐다.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이 외화 기반으로 확산될 경우, 비기축통화국에서 자본 유출 및 환율 불안정성 확대라는 외환 리스크도 동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화폐가치가 불안정한 국가의 경우, 자국 통화보다 외화 스테이블코인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는 자국 통화의 신뢰성 하락과 환율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해외 송금 및 결제가 금융기관을 우회하면서 외환규제 회피 및 자금세탁 등 불법 활용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스테이블코인이 사적 통화(private money) 형태로 급속히 확산될 경우,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유효성에 대한 도전도 불가피하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시각이다.

스테이블코인이 화폐 대용재로 사용되면서 통화량이 중앙은행의 통제를 벗어나 증가할 수 있으며, 이는 통화의 신뢰성 저하와 신용창출기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은행예금이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으로 전환될 경우, 은행의 자금조달 구조에 변화가 생기고 결과적으로 신용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보고서 말미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장점은 살리되, 가치 안정성·투명성 확보 및 발행자 요건 강화 등 리스크 방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규제 정비, 자금세탁방지(AML) 의무 강화, 금융기관 리스크관리 체계 개선 등의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은행은 "앞으로도 국내외 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정부 및 금융당국과 협력해 거시건전성과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 설계를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