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다시 전시 상황처럼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자동차 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 자석에 대한 중국의 수출 통제가 생산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업계는 이번 희토류 사태가 지난 5년간 있었던 세 번째 공급망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앞서 2021년부터 2023년까지의 반도체 부족은 수백만 대의 자동차 생산 계획을 무산시켰고, 그보다 앞선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장 가동이 수 주간 중단된 바 있다.
이러한 위기 이후 업계는 공급망 전략을 강화해 왔다. 핵심 부품에 대한 백업 공급망을 우선시하고, 재고를 최소화해 비용을 줄이는 '적시 생산 방식'(just-in-time)을 재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희토류 병목현상에서는 선택지가 거의 없다. 중국이 시장을 절대적으로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수백 건의 수출 허가 신청을 검토 중이며, 이 소수의 중국 관료들의 판단이 전 세계 자동차 조립 라인의 운명을 좌우하고 있다.
유럽자동차부품협회(CLEPA)에 따르면, 이미 유럽 내 몇몇 부품업체 공장이 폐쇄됐으며, 추가 중단도 예고돼 있다.
CLEPA의 사무총장 벤자민 크리거는 "이 문제는 머지않아 모든 기업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현재 자동차에는 희토류 기반 모터가 수십 개의 부품에 사용된다. 사이드 미러, 스피커, 오일 펌프, 와이퍼, 연료 누출 및 제동 센서 등에 쓰인다.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AlixPartners)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채굴의 최대 70%, 정제 용량의 85%, 금속 합금 및 자석 생산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평균 전기차 한 대에 약 0.5kg(1파운드 이상)의 희토류가 사용되며, 내연기관 차량은 그 절반 수준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과거에도 희토류를 무기화한 적이 있다. 2010년 일본과의 분쟁 당시 수출을 제한했고, 일본은 다른 공급처를 찾아 2018년에는 중국 의존도를 58%까지 낮췄다.
자동차 업계는 중국산 희토류 자석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아예 희토류가 필요 없는 자석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노력은 대량 생산과 비용 절감 효과를 내기까지 몇 년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GM, BMW, ZF, 보그워너(BorgWarner) 등은 희토류 사용을 줄이거나 배제한 모터를 개발 중이지만, 아직은 생산 규모가 작아 비용 절감 효과는 미미하다.
EU는 유럽 내 희토류 공급원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원자재법'(Critical Raw Materials Act)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지적도 있다.
심지어 시장에 출시할 만한 기술력을 갖춘 기업조차도 가격 경쟁에서는 중국에 밀리고 있다.
장기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과 별개로, 현재 업계는 당장 발생할 수 있는 공장 가동 중단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일부 분석가들은 희토류 제약으로 인해 자동차 업체들이 특정 부품 없이 차량을 조립한 뒤, 부품이 들어올 때까지 주차장에 세워두는 방식(반도체 위기 당시 GM이 활용한 방식)을 다시 채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중국 의존은 희토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24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망간, 흑연, 알루미늄 등 19개 핵심 원자재의 세계 공급의 50% 이상을 통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