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기 본지 회장


공영홈쇼핑이 5일 주주총회를 열고 신임 대표이사 선임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의사결정을 유보했다.

공영홈쇼핑은 지난해 9월 조성호 전 대표 퇴임 이후 공석 상태가 이어져 왔으며, 현재 김영주 경영지원본부장과 이종원 사업본부장이 대표이사 공동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이번 공영홈쇼핑 신임 대표이사 선임이 보류된 배경에는 '낙하산 인사' 논란이 자리하고 있다. 당초 전 국회의원 출신의 정치권 인사가 유력하다는 평가가 나왔으나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시점에서 무리한 기관장 인사 강행이라는 우려가 나왔고, 결국 신임 대표이사 선임을 다음으로 미루게 된 것이다.

특정 인사가 정치권 또는 정부와의 연계 속에서 자격이나 전문성보다는 연줄을 통해 공공기관 수장 자리에 오르려 했다는 의혹은, 국민의 신뢰를 크게 저버리는 일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은 단순한 인사 실패를 넘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낙하산 인사는 조직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훼손한다. 특히 공공성이 요구되는 기관에서 외부 입김에 따른 인사는 구성원의 사기를 꺾고, 성과 창출을 가로막는다.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공영홈쇼핑은 공공재 역할을 하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판로를 지원하는 취지로 설립된 곳이다. 이 같은 기관에 정치적 영향력이 작용한다면, 그 취지는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많은 공공기관에서는 기관장 선임 시 이사회, 주주총회, 또는 장관의 승인을 거치게 되어 있지만, 여전히 '누구를 앉힐지'는 보이지 않는 정치적 의사결정에 크게 좌우된다. 인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미비하거나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다.

이제는 낙하산 인사를 뿌리 뽑기 위한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 그 해법은 크게 세 가지 방향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공개검증제도 도입이다. 공공기관장 후보자에 대해 국회나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공개 검증 청문회를 도입해 자격, 경력, 윤리성 등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공공기관 수장은 공개적 검증을 거쳐 임명된다.

둘째, 독립적 인사추천위원회 설치다. 정치권과 독립된 인사추천위를 구성하고, 지원자의 전문성과 적합성 위주로 후보를 압축하도록 해야 한다. 위원 구성에서도 특정 정파의 영향력을 배제할 수 있도록 교차 추천 방식 등을 검토해야 한다.

셋째, 낙하산 인사 이력 공개 및 제재 제도다. 낙하산 인사로 드러난 경우, 해당 인사의 임명 경위와 배경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부적절한 임명이었던 것으로 판명되면 인사권자에 대한 정치적 책임도 명확히 물어야 한다.

이번 공영홈쇼핑 사태는 단지 한 기관의 문제가 아니다. 공공기관 인사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운영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정책도 신뢰받을 수 없다. 공영홈쇼핑이 선임 보류라는 결정을 내린 것은 비록 소극적이지만, 국민 눈치를 본다는 점에서 변화의 조짐일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눈치 보기가 아니라, 제도 개선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진정한 공공성은 투명한 인사에서 시작된다. 낙하산을 접고 실력과 책임의 기준으로 인사를 운영할 때, 우리는 비로소 '국민을 위한 공공기관'을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