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NVIDIA)가 인도 정부와 현지·미국 투자자들이 참여한 '인도 딥테크 얼라이언스(India Deep Tech Alliance)'에 합류했다.
이 얼라이언스는 인도의 반도체·우주·인공지능(AI)·로보틱스 등 첨단기술(딥테크) 분야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민관 연합체로, 총 8억 5000만 달러(약 1조 2000억 원) 규모의 신규 투자 약정을 확보했다고 로이터통신이 5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번 라운드에는 퀄컴벤처스(Qualcomm Ventures), 액티베이트AI(Activate AI), 인포에지벤처스(InfoEdge Ventures), 치라테벤처스(Chirate Ventures), 칼라리캐피털(Kalaari Capital) 등이 새로 참여했다.
이 연합은 지난 9월 설립 당시 약 10억 달러의 초기 자금 약정으로 출범했으며, 이번 확충으로 인도 내 기초기술 스타트업의 자금난 해소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엔비디아는 창립 멤버이자 전략 자문사로 참여해, 인도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AI·컴퓨팅 기술 지원, 기술교육·정책 자문 제공 등의 역할을 맡는다.
이는 연구 중심 스타트업들이 겪는 만성적인 자금 부족과 인력·인프라 한계를 해소하기 위한 시도다.
이번 조치는 인도 정부가 최근 발표한 120억 달러 규모 R&D 투자 프로그램과도 맞물린다.
인도는 소프트웨어·서비스 분야에서는 강점을 지녔지만, 여전히 제조·기초기술 분야에서는 후발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인도 딥테크 스타트업 투자는 지난해 16억달러로 전년 대비 78% 증가했으나, 전체 스타트업 투자(74억달러)의 약 20%에 그친다.
이에 인도 정부와 민간은 반도체·AI 같은 핵심 기술을 통한 기술 자립을 전략적 과제로 보고 있다.
스리람 비스와나단(Sriram Viswanathan) 셀레스타캐피털 대표는 "지금이야말로 인도가 딥테크에 집중할 최적의 시기"라며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기술주도형 성장의 전환점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셀레스타는 우주기술 스타트업 애그니쿨 코스모스(Agnikul Cosmos), 드론 제조사 아이디어포지(IdeaForge) 등에 투자한 바 있으며, 이번 연합의 창립 투자자 중 하나다.
연합 참여 기업들은 향후 5~10년간 자체 자금을 활용해 인도 딥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멘토링·네트워크 지원도 병행할 계획이다.
비스와나단 대표는 "별도의 공동 펀드를 조성하는 것은 아니며, 참여사들이 자발적으로 자금과 역량을 공유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한편, 엔비디아의 이번 인도 딥테크 얼라이언스 참여는 미·중 기술 경쟁 속에서 인도가 제3의 기술 허브로 부상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엔비디아가 보유한 GPU·AI 컴퓨팅 플랫폼이 현지 생태계에 확산되면, 인도는 중장기적으로 AI 모델 학습·칩 설계·로봇 자동화 등 첨단 산업의 테스트베드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책 일관성과 연구 인프라 구축, 인재 양성 속도가 지속 성장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기술기업들의 전략적 파트너십 확대가, 중장기적으로는 자국 반도체 생산 및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