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기 칼럼] ‘티메프 사태’를 바라보며…“기업은 이윤이 전부가 아니다”

오정기 본지 회장 승인 2024.07.30 21:50 의견 0
오정기 본지 회장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 지연으로 인한 이른바 ‘티메프 사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물론, 상품을 판매한 셀러(판매자)까지 부지불식간에 피해자로 전락하면서 정부까지 나서서 피해구제를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이다.

그런데 정작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은 왠지 태평한 것처럼 보이는 건 필자만의 착각일까.

이번 티메프 사태는 티몬과 위메프의 모기업인 큐텐의 무리한 사업 확장에 따른 현금 유동성 부족으로 발생했다는 게 대동소이한 관점이다.

즉, 문어발식으로 계열사를 늘리느라 큐텐이 티몬과 위메프의 현금을 가져다 썼다는 것이다.

그런데 큐텐의 대처는 어떠했는가. 한마디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대처가 전부였다.

그 단적인 예가 티메프 사태의 주범격인 구영배 큐텐 대표다.

구 대표는 티메프 사태가 벌어지고 나서 20일간 그 어떤 행보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티메프 사태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연일 쏟아지자, 20일 만에 입장문을 내놓았을 뿐 그의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입장문이란 것도 구차한 변명일색이었다.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경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전력을 다 해 왔다”, “모회사 CEO로서 역할과 책무를 다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했다”, “긴급한 상황에 대처하다 보니 입장 표명이 늦어지게 됐다” 등이 절반을 채웠다.

그나마 절반은 나름 사태 수습을 위한 방안이 적혀져 있어 다행이다 싶었다. 소비자와 셀러(판매자)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면서 신속한 대처로 사태가 확산되는 것을 막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특히, 구 대표 본인이 소유한 큐텐 지분 전체를 매각하거나 담보로 활용해 사태 수습에 사용하겠다는 대목이 눈에 띄었는데, 그래도 기업가로서 정신은 똑바로 박힌 사람인가 싶어 적이 안심했다.

하지만, 구 대표의 입장문이 나온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갑자기 티몬과 위메프가 기업회생을 신청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분명 구 대표가 사재를 출연한다고 했는데, 기업회생을 신청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상황을 파악하느라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낸 후 구 대표가 언급했던 사재 출연 약속은 ‘거짓말’ 혹은 ‘면피성 발언’에 불과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었다.

티몬과 위메프가 회생 절차에 들어가게 되면 채무 중 일부만 탕감받을 수 있게 되는데, 당연히 소비자와 셀러(판매자)는 구제는커녕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한다. 하지만, 그 이윤을 위해 누군가가 희생 되거나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이자, 이 사회가 유지되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번에 보여준 티몬과 위메프, 그리고 큐텐과 구영배 대표의 행보는 엄히 비난받아 마땅할 것이다.

조선 후기의 거상 임상옥은 “장사는 이문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는 금언을 남겼다.

이를 오늘날 기업에 빚대면 “사람이야 말로 기업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이윤이며, 신용이야말로 기업이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자산”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테다.

티메프 사태를 바라보며 떠올리게 되는, 오늘날 우리 기업인들이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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