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그룹이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에 20억 달러(약 2조 7,000억 원)를 투자하며 인텔의 6대 주주로 부상했다.
이번 투자는 단순한 지분 매입을 넘어,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경쟁 구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인텔은 지난해 188억 달러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며 40여 년 만에 연간 적자를 냈다.
엔비디아가 AI 칩 시장에서 독주하는 가운데, 인텔은 데이터센터용 GPU와 파운드리 사업 모두에서 성과가 미흡했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투자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서, 외부 자본 유치는 불가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프트뱅크의 투자는 인텔 입장에서 '숨통을 틔워주는 자금'이자,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한 신호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인텔의 기술력 격차를 메우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공존한다.
소프트뱅크는 이번 지분 인수를 '재무적 투자'라고 선을 그었다. 이사회 진출, 제품 구매, 공동 개발 등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는 손정의 회장이 AI 생태계 전반을 엮어내는 '빅 픽처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소프트뱅크는 올 들어 대규모 투자를 연달아 단행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오픈AI에 300억 달러를 투자했고, 500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에도 참여했다.
대만 폭스콘과 손잡고 미국 오하이오 공장에서 데이터센터 장비를 공동 생산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즉, 이번 인텔 지분 투자는 AI 칩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엔비디아 중심의 시장 독점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 발표 직후 인텔 주가는 장외거래에서 5% 이상 상승했지만, 소프트뱅크 주가는 일본 증시에서 5%가량 하락했다.
단기적으론 소프트뱅크의 재무 건전성 악화 우려가 부각됐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장기적으로는 AI 인프라 생태계에서 핵심 포지션을 선점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평가된다.
현재 AI 칩 시장은 엔비디아가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AMD가 추격하며, 인텔은 뒤처진 형국이다.
하지만, 이번 투자로 소프트뱅크가 인텔에 힘을 실어주면서 AI 반도체 경쟁 구도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생겼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과 맞물려, 인텔이 'AI 반도체의 제3세력'으로 자리매김할 경우 엔비디아의 독점 구조 완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인텔이 단기간에 기술 격차를 좁히기는 어려우며, 소프트뱅크의 투자가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