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정의선, 첫 단독 회동…‘전기차 배터리 동맹’ 가시화

조대형 기자 승인 2020.05.13 21:12 의견 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이 지난해 1월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2019 기해년 신년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우리경제신문 조대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그룹 수석 부회장이 13일 첫 단독 회동을 갖고 차세대 배터리 기술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신기술 현황 등을 공유했다.

이번 회동은 이재용 부회장이 소형 전지와 자동차용 전지를 주로 생산하는 충남 천안의 삼성 SDI 사업장에 정의선 수석 부회장을 초청하면서 성사됐다.

재계 1, 2위 그룹의 최고 수뇌부가 사업을 논의하기 위해 상대 사업장을 직접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이 부회장은 2030년 양산을 목표로 준비 중인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전지 기술을 정 부회장에게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고체 전지는 배터리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하는 차세대 배터리로, 기존 리튬이온전지에 비해 용량을 키우고 안전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이 기술이 적용된 전지가 전기차에 탑재된다면 한번 충전으로 지금보다 더 먼 거리를 안전하게 갈 수 있게 된다.

현재 삼성은 전고체 전지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3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1회 충전에 800km를 주행하고 1000회 이상 배터리 재충전이 가능한 전고체 전지 연구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삼성SDI 또한 관련 기술 로드맵을 짜고 혁신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 부회장도 지난 2018년 삼성의 4대 미래 성장 사업 가운데 하나로 반도체 중심의 전장부품을 선정하는 등 자동차 연관 사업에 관심을 보여 왔다.

현대차 역시 적극적으로 전고체 전지에 투자해왔다. 남양R&D센터 배터리선행개발팀을 중심으로 전고체 전지 R&D를 진행하고 있고, 2025년 양산을 목표로 한다.

업계에선 이번 회동을 계기로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도 삼성과 현대차의 협력 관계가 공고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기차 사업을 강화해온 현대차 입장에서는 삼성이 보유한 전지 기술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고, 삼성 입장에서도 안정적 판로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성급한 예측이긴 하지만 일각에서는 향후 전지 시장의 구도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세계 최고 성능의 전기차에 필요한 최적화된 배터리 성능 구현을 위해 연관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며 “이번 방문은 차세대 배터리 기술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신기술 현황 등을 공유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의 전고체 전지는 구조적으로 단단하고 안정화돼 있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 중 하나”라며 “모빌리티 분야에서의 혁신을 위해 양사 간 협력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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