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의 과도한 ‘노른자땅’ 주거복지…일부 공실에 관리비만 납부

조대형 기자 승인 2020.10.16 13:47 의견 0
서울 용산구 한국은행 공동숙소 전경. 사진=홍익표 의원실

 

한국은행이 직원들의 주거복지를 위해 도심 노른자 땅에 주거용 부동산 수십채를 보유하고 있지만, 일부는 공실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를 이용하는 한은 직원들은 보증금이나 월세 없이 4~7만원의 관리비만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은행이 직원 복지용이라며 아파트 등 주택을 노른자위 땅에 수십 채 보유하고도 일부는 빈집으로 놔두는 등 부동산을 방만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홍익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한국은행 소유 부동산 현황’자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올해 8월말 기준 은행 건물 23채(경기본부 신축 포함)와 공동숙소 14채(매각중 1채 포함), 공관 15채, 사택 31채(매각중 1채 포함) 등 총 83채를 소유하고 있었다.

한국은행이 직원의 주거복지를 위해 주거용 부동산을 직접 소유하고 있는 것은 다른 기관들과 비교를 했을 때 이례적이다. 일례로, 한국수출입은행은 전세 제도를 통해 직원에게 합숙소를 제공하고 있으며, 금융감독원도 타지역에서 근무하는 직원을 위해 임차한 원룸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소유한 주거용 부동산은 가족을 떠난 독신 및 기혼 직원이 이용하는 공동숙소와 지역본부의 본부장이 거주하는 공관, 기혼직원 및 결혼예정직원이 이용하는 사택 등이다. 공동숙소의 경우 직접 건축했고 공관과 사택은 아파트 형태다.

대표적인 서울 용산구 후암동 공동숙소는 서울본부 직원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지난 2006년 1월 215억 3,000만원을 들여 직접 건축했다. 지하 2층, 지상 5층 건물로 토지 1,326평(4384.9㎡)과 건물 3,522평(11,642.8㎡) 규모다.

한국은행이 소유한 주거용 부동산들은 서울 용산구 외에도 부산 수영구와 대전 서구, 대구 중구, 광주 서구, 전북 전주시, 전남 목포시, 경남 창원시 등 지역 도심지에 위치해 있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사택을 이용하는 직원이 없어 공실인 상태에 있었다. 부산 지역에는 사택 아파트를 6채나 소유하고 있지만 이용하는 직원이 적어 4채가 공실이었다. 포항 지역의 사택 아파트 1채는 이용하는 직원이 없는 상태였다.

한국은행 직원들은 도심지에 위치한 공동숙소와 공관, 사택을 보증금이나 월세 없이 사용에 따른 관리비만 납부하면 거주가 가능했다. 공관과 사택은 직원이 관리비를 전부 부담하지만, 공동숙소는 가스와 전기 사용료 일부만 직원이 부담하고 있었다.

서울 용산구 소재 서울 공동숙소의 경우 인근 원룸의 월세가 65만원 수준이지만 한국은행 소속 직원은 보증금과 월세 없이 월평균 4~7만원의 관리비만 납부하면 거주 가능하다. 한국은행 직원 평균 보수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의 2019년 기준 9,906.4만원이고, 신입직원 평균 보수가 4,656.8만원임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낮은 사용료다.

또한, 한국은행은 손실이 발생한 시기에도 주거복지를 위해 주거용 부동산을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1982년~1987년에는 손실액이 7,102여억원 발생했지만 당시 울산본부 공동숙소와 인천본부 공동숙소 두 채를 건축했다. 2,162여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1993년~1994년에도 대구본부 공동숙소와 대전본부 공동숙소 두 채를 건축했다.

4조 2,0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손실이 발생한 2004년에서 2007년에도 한국은행은 서울 용산구 공동숙소를 비롯해 총 7채의 숙소, 공관 등을 취득했다. 서울 용산구 공동숙소를 취득한 2006년에는 1조 7,597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홍익표 의원은 “한국은행이 주거용 부동산을 직접 소유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을 받는 직원들에게 과도한 주거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현재 주거비 부담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의 눈높이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정 기간 이용자가 없어 공실이거나 활용도가 낮은 주거용 부동산은 매각하고 적정 수준의 숙소 이용료, 임차제도 활성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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