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 회장, ESG 경영 ‘빨간불’…채용부정 ‘GD리스트’에 흔들

조대형 기자 승인 2021.07.27 13:46 의견 0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적신호가 켜졌다. LG전자가 고위층 출신 인사들의 자녀를 청탁 채용하고, 조직적·체계적으로 관리해온 정황이 담긴 ‘GD(관리대상)리스트’가 공개되면서 발목이 잡힌 것. 일각에서는 ‘허울뿐인 ESG 경영’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27일 재계 등에 따르면, 세계일보는 지난 19일부터 연속적으로 LG전자가 각계 고위층 또는 이해관계자의 청탁을 받아 신입사원을 채용한 의혹에 대해 보도했다. 특히, 단독 입수한 ‘GD리스트’를 토대로 LG전자가 전직 국세청장, 고검 부장판사, 조달청 관계자 가족 등 40여 명을 관리대상으로 지정하고 관리해왔다고 밝혔다.

GD리스트는 크게 지주사·계열사 추천, 본부 외 추천, 본부 내 추천, 입사 후 GD 등 네 부류로 분류된다.

지주사·계열사 추천에는 LG스포츠 단장 000의 지인 자녀, LG화학 권영수 사장의 지인 자녀 등 2명이 올라 있다.

본부 외 추천은 모두 19명으로 서울고등법원 판사 000 동생, LG담당 국세청 000 조카, 홍보팀 외부업체 000 사장 자녀, SK텔레콤 사장 자녀, LG생활건강 CHO 000상무 조카, 서울대 XX대 교수 000 자녀 등이 포함됐다.

본부 내 추천은 교육청 조달 관계자 자녀, 기업은행 이사 자녀, 조달청 국장 자녀, 전 국세청장 000 자녀 등 12명이다.

입사 후 GD는 권영수 사장 조카 며느리, LIG손해보험 000 사장 조카, LG유통 임원 자녀, 전 KBS 국장 000 자녀 등 6명이다.

GD리스트에서는 LG가 ‘업무 연관성’이 있는 유력 인사의 자녀들을 특별 취급한 흔적과 채용 과정에서 사업 이해관계를 고려했음을 추정케 하는 사례도 발견됐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비서관을 지낸 한 중앙부처 고위공직자의 딸은 LG전자 대외협력팀을 통해 LG전자에 채용됐다. 해당 공직자는 옛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의 핵심보직을 모두 거친 정통 기술관료로, 딸의 입사를 전후해 해당 부처에서 통신정책을 담당한 것을 알려졌다.

국세청에서 LG를 직접 담당하던 한 간부는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에게 청탁을 넣어 조카를 입사시켰고, 국세청 다른 간부도 LG전자 상무급에 아들의 취업을 청탁해 자녀를 합격시켰다.

LG전자 부사장의 청탁 아래 교육청 조달 관계자의 아들이, LG전자 상무의 청탁으로 조달청 국장의 딸이 나란히 채용됐다.

현 정부에서 공공기관 이사장을 지낸 서울대 교수의 딸과 서울의 한 지방법원에 재직 중인 부장판사의 동생도 이름이 올랐다.

LG전자 모바일사업의 핵심파트너인 SK텔레콤 현직 사장 아들도 LG전자에서 이동통신을 담당하는 부서의 청탁에 의해 채용됐다.

이번 사건에서 LG그룹의 관여 여부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LG그룹이 이 같은 청탁관리 시스템을 몰랐다고 보기엔 부자연스럽다는 게 재계 안팎의 시각이다. 그러다 보니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ESG 경영 행보에까지 불똥이 튀는 분위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은 취임 이래 지속가능한 ‘뉴 LG’로 성장시키기 위해 ESG 경영을 강화해왔는데, 이번 GD리스트 공개로 채용부정 정황이 드러나면서 그 행보가 무색해 졌다”며 “특히 ‘LG 2인자’로 불리는 권영수 부회장의 이름이 문건에 등장하는 것은 구광모 회장에게 뼈 아픈 아킬레스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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