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민·중소상공인 눈물 흘릴 때 보험사는 풍수해보험으로 웃었다

7개 보험사, 보험료 4년 연속 올렸지만 보험금 지급액은 줄여

조대형 기자 승인 2023.10.10 12:08 의견 0
사진=연합뉴스


기후위기로 인해 빈번히 발생하는 재난재해 피해로 농어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풍수해보험을 취급하는 국내 7개 보험사들이 2020년부터 올해 5월까지 1,183억원의 차익(원수보험료 대비 보험금 지급 차액)을 거둔 것으로 밝혀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풍수해보험은 2020년 이후 가입자 증가와 평균 보험료 상승으로 인해 보험사 수익은 늘어났다.

하지만, 보험금 지급 규모는 줄어들고 있고 보험금 청구 건수 대비 지급률은 60~70%대에 머물렀으며 총 계약금 대비 보험금 지급률은 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 기후위기에 따라 최근 3년간 풍수해보험 가입자수도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개인과 기업 가입자를 합친 가입 건수는 2020년 42만8,561건에서 2021년 52만6,230건으로 22.8% 증가했고, 2022년에는 72만6,127건으로 38.0% 늘어났다.

올해는 5월까지 23만9,703건으로 5월 이후 본격적으로 가입하는 보험특성상 작년 수치와 비슷하거나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보다는 기업 가입자 수가 크게 늘었다.

개인 가입자는 2020년 5만6,536건, 2021년 6만4,474건으로 14% 증가했고, 2022년에는 8만359건으로 24.6% 늘었다.

기업 가입자는 2020년 37만2,025건, 2021년 46만1,756건으로 24.1% 증가했고, 2022년에는 64만5,768건으로 39.9% 늘었다.

풍수해보험 취급 보험사는 5개사에서 7개사로 늘고, 평균 보험료는 해마다 상승하고 있다.

2021년까지 풍수해보험을 취급한 보험사는 삼성화재보험, 현대해상화재보험,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농협손해보험 등 5개에 불과했지만, 2022년부터는 메리츠화재해상보험, 한화손해보험 등 2개사가 추가되어 7개 보험사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취급 보험사가 늘어나면 상호 경쟁을 통해 평균보험료가 낮아져야 하지만, 이 보험의 경우 오히려 보험료가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 1건당 평균 보험료는 2020년 개인 43만5,746원, 기업 3만2원에서 2021년 각각 44만4,176원, 2만9,654원으로 약간 늘거나 줄었지만, 2022년에는 52만8,200원과 4만6,005원으로 크게 상승했다. 올해는 증가폭이 더 커져 각각 73만9,938원, 9만5,177원으로 수직상승 했다.

취급 보험사가 늘고, 평균 보험료가 오르면서 원수보험료도 크게 증가했다.

원수보험료 규모는 개인과 기업 가입자를 합쳐 2020년도에는 357억원 수준이었으나, 2022년에는 721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보험금 지급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개인과 기업 가입자를 합한 보험금 지급은 2020년 255억원 수준에서 2022년 232억원으로 10% 가까이 감소했다.

보험료 수입은 늘고, 보험금 지급은 줄이면서 원수보험료 대비 보험금 지급차액은 크게 늘었다.

연도별 지급차액을 살펴보면, 2020년 101억원에서 2021년 270억원, 2022년에는 489억원으로 2020년 대비 4.8배 급증했다. 올해도 벌써 321억원이나 되는데, 이를 모두 합치면 1,183억원에 이른다.

보험사들이 보통 보험료의 일정 부분을 사업비로 책정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보험사 수익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수보험료에서 사업비 30%를 제외한 이후 보험사 수익을 가늠해보면 2020년 34억원 적자를 보였으나, 2021년 68억원 흑자로 돌아섰고, 2022년에는 흑자가 더 늘어 103억원을 기록, 올해 5월까지의 수익을 합쳐 누적 202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 가입자 증가와 보험료 상승으로 인해 보험사 순익은 늘어가고 있지만, 보험금 청구대비 지급률과 보험계약금 대비 보험금 지급액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금 청구건수 대비 개인 가입자의 보험금 지급률은 73%에서 82%까지 지급되고 있으며 평균 지급률은 76%을 보이고 있지만, 기업 가입자는 48%에서 68% 수준으로 평균 지급률은 60%에 불과해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특히, ‘2023년도 풍수해보험 실무편람’에 따르면, 기업 가입자가 가입하는 주택의 경우 ‘소파 미만 손해’와 같이 경미한 손해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면책조항이 있어 더더욱 지급률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대 보장금액인 총 계약금액 대비 보험금 지급수준은 개인 가입자의 경우 0.3%에서 0.5%로 평균 0.3%대에 머물렀고, 기업 가입자는 0.01%에서 0.03%로 평균 0.01%를 보이며 보험금 지급액이 극히 미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양정숙 의원은 “최근 풍수해로 인한 재난재해가 늘어나면서 농어민, 중소상공인들은 단 한 번의 피해로 전 재산과 삶의 터전을 잃고 길거리에 나앉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 국민들이 위기를 극복하고 빠른 시간 내 제기할 수 있도록 보험료 청구 건수대비 지급비율을 더 높여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미한 손해는 보상하지 않아도 된다는 면책조항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며 “보험사 배 불리기 정책보다는 소소한 손해부터 충분히 보상함으로써 소비자들로부터 보험에 대한 호감도와 신뢰감 쌓아 국민에게 사랑받는 보험이 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 및 당국의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우리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