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지난해 엘리엇에 724억 지급…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비밀합의’

조대형 기자 승인 2023.06.28 17:51 의견 0
사진=연합뉴스


삼성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에 지난해 약 724억원(세금 제외 땐 660억원)을 지급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2015년 당시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한 엘리엇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며 법원에 제기한 주식매수청구가격 소송을 취하하면서 삼성물산과 맺은 ‘비밀합의’에 따른 것이다.

이런 사실은 최근 결론이 난 한국 정부(법무부)와 엘리엇 간의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ISDS) 과정에서 드러났다.

28일 한겨레 등 매체에 따르면, 지난 27일 법무부와 엘리엇이 중재판정부에 제출한 문서에서 엘리엇은 2019년 4월 “삼성물산과 2016년에 비밀합의를 맺었다”고 밝혔다.

이에 법무부는 만약 비밀합의 이행에 따라 엘리엇이 삼성물산에서 추가로 돈을 받을 경우 그 액수만큼을 손해액 산정에서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공방 중에 2022년 4월, 일성신약 등 옛 삼성물산의 또 다른 주주들이 법원에 낸 주식매수가격 결정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합병 당시 삼성물산이 제시한 1주당 주식매수가격 5만7234원이 너무 낮게 평가됐다며 6만6602원이 적당하다고 결정했다.

2015년 삼성물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을 ‘대머리 독수리’로 형상화해 비판했다.

대법원 결정 뒤인 2022년 5월 18일 엘리엇은 “최근 삼성물산으로부터 원천징수세와 기타 세금을 공제한 659억263만4943원의 추가 지급금을 수령했다”는 내용을 중재판정부에 알렸다.

삼성물산이 제시한 주식매수가격(5만7234원)과 대법원이 결정한 가격(6만6602원)의 차액(9368원)에 자신들이 보유했던 주식 수(773만2779주)만큼의 돈을 추가로 받았다는 얘기다.

엘리엇은 이어 “이 금액은 2022년 5월 12일에 지급됐고, 현재 대한민국 씨티은행 계좌에 있으며, 각종 세금 및 규제 관련 확인이 완료되는 대로 송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엘리엇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중재판정 초기엔 이 금액이 ‘삼성과의 일’이라며 자신들이 주장하는 손해액과는 별개라고 주장했지만, 결국 태도를 바꿔 최종 손해액에선 이를 제외했다.

법무부와 삼성 측은 구체적 합의 내용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2015년 5월 26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을 발표하고 합병 비율을 ‘1 대 0.35’로 정하자, 엘리엇은 삼성물산 주가를 지나치게 저평가했다며 반발했다.

엘리엇은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 금지’ 등 소송을 제기하면서 합병 반대에 나섰지만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주주들이 찬성하면서 합병안은 가까스로 가결됐다.

이에 엘리엇은 법원에 주식매수청구가격 조정을 신청해 1심에서 패소하자 항소했지만 얼마 뒤 돌연 소송을 취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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