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전자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 기업 시놉시스에 20억 달러를 투자하며 AI 기반 반도체 설계 생태계로의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의 수직적 통합 전략이 더욱 가속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엔비디아는 1일(현지시간) 시놉시스의 주식 약 480만 주를 주당 414.79달러에 사들이는 방식으로 약 20억 달러(약 2조7천억 원)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이번 지분은 사모발행을 통해 엔비디아에 배정됐으며, LSEG(런던증권거래소 그룹) 집계 기준으로 엔비디아는 시놉시스의 일곱 번째 큰 주주가 된다.
매입 가격은 직전 거래일 종가 대비 약 0.8% 할인된 수준이다.
양사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다년간 협력을 확대해 엔비디아의 AI 개발 툴과 코드 라이브러리를 시놉시스의 EDA(칩 설계·물리 검증·IP 등) 전반에 통합하는 공동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시놉시스는 최근 중국 수출 규제와 일부 대형 파운드리 고객(시장에서는 인텔로 지목) 문제로 지적된 IP 사업 부진을 겪은 바 있어,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사업 안정화 및 기술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반응은 엇갈렸다.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발표 직후 1% 이상 하락한 반면, 시놉시스 주가는 약 6% 급등했다. 경쟁사인 케이던스의 주가는 이날 1%대 하락세를 보였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투자로 엔비디아의 영향력이 반도체 설계 툴 생태계까지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D.A. 데이비슨의 길 루리아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는 AI 기반 컴퓨팅 시장에서 승자에게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시놉시스와의 긴밀한 제휴는 시놉시스의 신뢰도와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행보는 엔비디아의 최근 대형 투자 행보의 연장이기도 하다.
엔비디아는 과거 최대 1,000억 달러 규모로 보도된 오픈AI 관련 투자와, 인텔 지분 약 50억 달러 투자 등 잇단 전략적 지분 참여로 AI·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포지셔닝을 넓혀왔다.
다만 이번 협력은 독점적이지 않다.
시놉시스는 여전히 AMD 등 기존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엔비디아도 시놉시스 경쟁사들과의 협력 관계를 병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의 투자가 툴·IP 분야 경쟁 구도를 재편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단기적 ,AI 관련 투자 열기'에 대한 거품 우려도 공존한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