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가 미국의 생산 부진을 기회로 삼아 곡물비육(grain-fed) 소고기 수출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미국이 장기 가뭄으로 공급이 줄어든 반면, 호주는 피드롯(Feedlot) 기반 사육을 늘리며 일본·한국·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 점유율을 넓히고 있다.

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호주 곡물비육 소 사육두수는 올해 6월 기준 160만 마리로, 5년 전보다 60% 이상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업계는 2027년경 200만 마리 돌파를 예상하며, 도축되는 소의 절반이 피드롯을 거치는 구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 같은 성장세는 미국 생산 감소와 맞물린 결과다.

미국은 오랜 가뭄 여파로 사육 두수가 1950년대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올해 11월 기준 곡물비육 소는 전년 대비 26만 마리 줄어든 1,170만 마리에 그쳤다.

이에 따라 미국산 소고기 공급이 줄며 아시아 시장에서 호주산 선호가 높아지고 있다.

호주 정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곡물비육 소고기 수출은 32만4,421톤으로 2020년 대비 45% 증가했다.

일본·한국·중국이 주요 수입국이며, 미국산 소고기 수입은 같은 기간 감소세를 보였다.

업계는 피드롯 확장이 호주의 공급 안정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강우량에 크게 영향을 받던 기존 목초 사육 방식을 보완해 연중 일정한 고품질 소고기를 공급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사료용 곡물 역시 국내 생산이 충분해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다는 점도 경쟁력을 높인다.

다만, 호주가 미국처럼 90% 이상 곡물비육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시설 투자 비용 부담이 상당하고, 미국도 중장기적으로 생산 회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친환경·지속가능성을 앞세운 목초비육(Grass-fed) 프리미엄 시장이 성장하며 양 시장이 균형을 이루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호주는 곡물비육과 목초비육을 모두 경쟁력 있게 공급할 수 있는 드문 국가"라며 "아시아 시장에서 미국과의 경쟁 구도 변화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