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에 대한 관세가 4일 오전 12시 1분(미 동부 기준)부터 기존(25%)보다 두 배인 50%로 인상됐다.
이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철강 산업에겐 환영할 만한 조치지만, 자동차 제조업체나 캔 제조업체 등 해당 금속을 대량으로 사용하는 산업에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CNN 보도에 따르면, 이번 관세 인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무역전쟁의 일환으로, 지난 2월부터 다양한 수입품에 대해 부과해온 관세 정책 중 하나다.
하지만 철강 관세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정치적 지지층에게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한때 미국 제조업의 핵심이었던 철강 산업은 쇠퇴기를 겪고 있으며, 이 조치는 그 부흥을 겨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세 인상이 즉각적으로 미국 소비자들의 주머니에 부담을 주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건설, 자동차, 가전제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관세로 인해 철강 제조업 일자리는 보호될 수 있겠지만, 오히려 훨씬 더 많은 일자리를 보유한 다른 산업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미국 행정부는 이번 조치가 국가 안보와 경제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백악관 대변인 쿠쉬 데사이는 "미국내 철강 및 알루미늄 생산은 우리 방위산업 기반에 반드시 필요하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 및 경제 안보에 필수적인 제조업을 국내로 되돌리기 위해 규제 완화, 세금 감면, 에너지 개방 등 전방위 공급 측면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철강협회(AISI)는 철강 산업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철강업체인 클리블랜드 클리프스(Cleveland Cliffs)의 CEO이자 AISI 회장인 로렌소 곤칼베스는 "미국은 여전히 자국 소비량보다 더 많은 철강을 수입하고 있다"며, "관세를 50%로 인상해도 자동차 한 대당 제조비용이 300달러밖에 늘지 않는다. 평균 차량 가격이 4만8천 달러인데, 300달러 인상이 구매 결정을 바꿀 정도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반면, 알루미늄 산업 단체인 알루미늄협회는 이 같은 일률적 관세 인상이 오히려 산업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미국 내 알루미늄 가공 공장들은 캐나다에서 원재료를 수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공급이 끊기면 가공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게 되며, 이는 알루미늄 산업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철강과 알루미늄을 사용하는 산업계도 깊은 우려를 표했다. 캔 제조업체들은 관세 인상이 결국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캔 제조업체협회는 "국내 캔 제조업체들은 주석 강판(틴밀강)의 약 8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번 관세 인상은 통조림 식품과 음료의 가격을 더욱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가격 인상이 실제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시점은 아직 불확실하다.
전문가들은 철강 및 알루미늄 산업에서 보호받는 일자리보다 이들 금속을 사용하는 제조업 일자리가 훨씬 많기 때문에, 오히려 순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래리 서머스는 "철강을 사용하는 산업의 근로자는 철강 산업 근로자의 최소 50배에 달한다"며, "이 정책은 제조업 일자리를 파괴하고 소비자 물가를 상승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