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없어도 횡단보도 건너려는 보행자 있으면 일단 멈춰야

우회전 차량도 일시정지 의무화…음주·무면허 사고 시 차수리비 청구 제한

박진호 기자 승인 2021.03.25 18:13 의견 0


앞으로는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할 때’ 운전자는 일단 멈춰야 한다.

또 신호등 없는 교차로에서 차량을 우회전할 때도 일시 정지가 법으로 의무화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나 범칙금이 부과된다.

국토교통부는 행정안전부, 경찰청 등과 함께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21년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 대책’을 마련해 25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논의·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에는 내년까지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를 2000명대로 감축하기 위한 내용이 담겨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그동안 정부의 적극적인 교통안전 대책 추진과 국민들의 참여·협조로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017년 4,185명에서 지난해 3081명으로 26.4% 감소했다.

하지만 2017∼2020년 전체 사망자 중 보행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0.5%)의 2배에 달한다.

최근 3년간(2017~2020) 교통안전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결과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6.4%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또 지난해 한국의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는 5.9명으로 2018년 OECD 평균(5.6명)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는 보행자 최우선 교통체계 구축과 화물차·이륜차 등 취약 분야에 대한 선제적 안전 강화를 통해 OECD 평균 이상의 교통 안전국가로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선 정부는 보행자 최우선 교통환경 구축을 중점 추진한다.

지난해 보행 사망자는 1,093명으로 전년보다 16.1% 줄었지만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보행 사망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5.5%로 여전히 비중이 크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선 도심부 차량 제한속도를 하향하는 안전속도 5030을 오는 4월 17일부터 전면 시행하고 적극적인 홍보·계도를 거쳐 단속을 실시한다.

안전속도 5030 시행에 따라 보행안전 캠페인 영상을 제작해 TV(공중파)·SNS·옥외매체 등에 전방위 송출할 계획이다.

또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할 때에도 운전자에 일시정지가 의무를 지키도록 하고 보도와 차도가 분리되지 않은 도로 등에서는 보행자에 통행 우선권을 부여한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 운전자가 의무적으로 일시 정지해야 하는데 보행자 안전을 위해 일시 정지 기준을 더 강화했다.

교차로에서 차량 우회전 시 일시정지하도록 하고 어린이보호구역 내 횡단보도 일시정지 표지(Stop-sign)를 시범 설치한다.

아울러 횡단보도나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사고를 낼 경우 보험 할증을 추진하고 횡단보도 조명시설 등 안전시설도 확충할 계획이다.

개정된 도로교통법 시행령이 시행되는 올해 5월부터는 어린이 보호구역 내 불법 주정차 과태료·범칙금이 일반 도로의 2배에서 3배로 상향조정된다.

정부는 화물차·버스 등 사업용 차량 사고의 획기적 감소에도 나설 방침이다.

지난해 화물차·버스 등 사업용 차량으로 575명이 사망했으며 사업용 중 화물차가 32.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사업용 차량 대수는 전체의 7% 수준으로 비사업용에 비해 적으나 사망자는 전체의 19.5%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우선 사업용 차량 사망사고 감소와 졸음운전 등으로 인한 대형사고 방지를 위해 장거리 운행이 잦은 고속·시외·전세버스 및 화물차 휴게시간(2시간 운전·15분 휴식) 준수를 집중 점검한다.

운수 종사자에 대한 음주운전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렌터카 사업자를 교통수단 안전점검 대상에 포함하는 등 사업용 차량에 대한 안전 제도 개선과 안전 점검도 추진한다.

또 판스프링 등 화물차 불법 장치에 대한 경찰·지자체·공단 합동단속 및 기관 합동 과적단속을 강화하고 운행제한단속원의 권한을 도로교통법에 따른 적재 제한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총중량 3.5톤 초과 신규 화물·특수차에 차로이탈·비상자동제동장치를 설치하도록 하고 장기적으로 3.5톤 이하에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륜차 사고를 감축하기 위해 관리체계가 미흡한 이륜차에 대한 신고·정비·검사·폐차 등 종합관리체계를 마련하고 번호판 시인성 향상 등을 위해 번호판 체계 개편을 검토한다.

이륜차 배송업에 대해서도 생활물류법 제정과 함께 소화물 배송대행사업 인증제와 표준계약서 도입 등을 통해 종사자 안전교육, 보험 및 공정 계약 여건을 마련한다. 인증업체는 표준계약서·보험·교육 등 안전사항을 준수하도록 관리하기로 했다.

아울러 암행캠코더 활용 교차로 신호위반 등 위법 단속을 강화하고 이륜차 공익제보단을 대폭 확대한다.

운전자의 안전운전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음주·무면허·뺑소니 사고 시 보험금 전액을 구상할 수 있도록 하고 마약·약물운전도 사고부담금 대상에 적용하도록 규정을 강화한다.

또 무면허·음주운전·중앙선침범 등 12대 중과실(교통사고처리특례법)사고 발생 시 차수리비(대물) 청구도 제한 할 계획이다.

상습 법규위반 관리를 위해 교통법규 위반 횟수에 따라 과태료를 가중 부과하도록 처벌을 강화하고 상습 음주운전자에 대해서는 음주운전 방지장치 도입도 검토한다.

제도 개선과 함께 인프라 개선을 통한 교통사고 감축도 추진한다.

사고가 잦은 곳, 급커브 등 사고발생 위험 구간에 대해서는 도로를 집중 개선(국도 160개소·지방도 373개소)하고 졸음쉼터 17개소(고속도로 7곳·국도 10곳)를 신규 설치하는 등 운전자 휴게시설도 확충한다.

터널 대형사고 예방을 위해 500m 이상의 3등급 터널에 제연설비·진입차단설비 등 방재 설비를 보강(3등급 11개소)하고 고속도로 상 안전띠 미착용 단속 장비를 올해 10월부터 시범 구축·운영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경찰청·지자체 외에 도로관리청이 과속단속 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고 시급 구간에 대해서는 적극행정 과제를 활용, 우선 설치한다.

아울러 사람 우선의 교통문화 확산을 위해 보행자 안전을 핵심 메시지로 사람이 보이면 일단 멈춤, 안전속도 5030 등을 TV·라디오·뉴미디어 등 다양한 채널로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교통안전 문화 준수에 대한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확산을 위해 방송인 등을 활용, 홍보영상 제작, 캠페인 참여 등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점검협의회를 통해 추진 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지역단위 유관기관 간 협업 강화를 위해 지역교통안전 협의체를 활성화한다.

감축 부진 지자체에 대한 관계부처 합동 점검을 실시하고 지자체별 교통사고 사망자 통계도 정기적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OECD 선진국 수준의 교통안전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보행자 우선, 사람 우선의 교통문화에 대한 국민의 관심·참여가 필요하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안전 문화 확산에 적극 동참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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